나는 숙제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 아니, 병적으로 집착한다. 다만 문제는 이 숙제들이 딱히 내 진로와 삶의 목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임의 일일 퀘스트, 특히 로스트아크의 군단장과 휴식 게이지를 빼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그나마 삶에 도움이 되는 숙제라면 주 4~5회를 가는 헬스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3분할 운동 루틴을 짜놨고, 이걸 잘 안배해 숙제로 만들어 두면 나는 그걸 병적으로 집착해 하지 않고는 못배기더라.
2022년 3월 22일,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같은 삼수경험이 있고 학교마저 같게 된 (슬프게도) 친구와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와 동네 역 앞에서 술을 먹었다. 그냥 친구를 만나 술을 먹은거다. 그런데 좀 많이 다르더라. 원래 우리는 고등학교때부터 일단 게임쟁이 집단 소속이였다. 고등학교 남자 그룹은 늘 무리가 있지 않는가. 좀 활발하게 놀러 다니는 무리, 그와 반대로 게임밖에 안하고 피시방 다니는 무리. 우리는 후자 그룹 소속이었고, 정말 피시방가서 5인큐하는 그 때는 너무 재밌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의 힘이었을까, 우리의 야간 자율학습실은 학원가 지앵 PC였고, 포도? 비슷한 향기가 나는 그 피시방의 내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뭐 아무튼, 우리는 그랬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냥 술을 먹게 됐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노는 모습이었는데, 군대의 힘인지 25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저 날 유독 술을 먹으며 둘은 나에게 계속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이 쓴소리들은 정말 좀 와닿는 소리였다. 일단 2,3학년보다 4학년인 내가 열심히 살지 않고 있는게 크게 와닿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데 걔네 말로는 '실속없는 바쁨' 이라더라. 지금 나는 그저 돈벌이를 위해 배우는 것도, 내가 뭘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일을 하고 있다. 솔직히 일은 정말 편하고, 사람들도 너무 좋다. 그런데 열심히 자기들 프로젝트를 개발하시는 개발팀분들, 운영을 진행하며 여러 일을 겪는 운영팀분들, 디자인 UI/UX 설계를 하는 나와 동갑인 디자이너분까지 다들 열심히 하신다. 그런데 나는 낙하산에 딱히 할 줄 아는게 없다. 지금은 학기 중이라 주 3회만 알바 개념으로 함에도 정말 내가 하는게 없다고 느낀다. 근데 또 이거대로 시간을 빼앗기고, 운동은 또 꼴에 꾸준히 다니느라 매일 1~2시간을 소모한다. 그리고 게임 숙제까지 하면 정말 정신없이 사는데, 하루가 끝난다. 공부는 없고 그냥 뻘짓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는 것 같다. (운동 제외)
결론은, 공부를 해야한다. 비속어 좀 섞어서 그냥 이새낀 씨발 공부를 안한다 ㅋㅋ; 근데 내가 느낀 게 있는데, 진짜 숙제가 아니면 절대 못하는데, 또 주어진 게 있으면 기똥차게 한다. 이걸 딱 느낀게 해커스 토익 (빨강,파랑) 책을 사서 토익 준비를 할 때, 사조사 준비를 할 때다. 일단 토익책을 사고 뭘 해야할지 막막했는데, 진단 테스트 보고 나니까 테스트 앞 표지에 수준에 따른 매일 해야 할 양이 적혀있더라. 진짜 약간 그거 보고 나는 너무 기뻤다. 숙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익 준비는 진짜 매일 Day 1 ~ Day 28까지 그거 풀면서 잘 뻐겼고, 첫 토익임에도 아쉽지만 890이라는 그래도 어따 써먹을 수는 있는 점수 맞았다. 사조사는 저런 숙제는 없었는데, 토익 끝나고 2주 남긴다음 ㅈ됐다고 생각하고 책 펼치니까 챕터가 14개더라 ㅋㅋㅋㅋㅋ 그래서 하루 1챕터 풀었고, 그냥 필기 바로 붙었다. 숙제 존나 잘한다. 근데 나는 내 문제가 숙제가 없으면 혼자서 해야 할 일을 진행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누가 숙제 안만들어줘도 내가 숙제 만들어서 나한테 주면 그거도 잘한다. 그리고 그건 사실 내가 내 할 일을 알아서 만들어서 하는 거 아닌가? 당장 앞에서 말한 사조사가 그렇다. 그 책엔 매일 얼마나 하라는 가이드가 없었는데, 그냥 '14일 남았으니까 하루 1챕터 해야지' 이 생각이 숙제가 되어서 나를 시켰다. 그리고 운동도 그렇다. 솔직히 운동이야말로 뚱땡이였던 내가, 22년동안 운동은 죽어도 안하던 내가 그 영역에 뛰어든게 정말 얼마나 미친 짓이였는지 싶다. 그런데 지금 내 핸드폰 어플에 맛있게 짜여진 가슴,등,하체 루틴의 모든 운동 종류, 무게, 반복 횟수, 부위 별 휴식시간이 72시간을 넘지 않게끔 주 4~5회씩 잘 분배되어서 가는 날 등 이 모든걸 누가 만들었는가? 나다. PT같은거 돈 아까워서 받아본 적 없고 모든 운동 방법 유튜브 계란형 말왕형 지기형 지피티형 어썸형 등등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다했다. 뭐 아무튼 지금 공부가 약간 2년전 나에게 운동같은 영역같다. 물론 운동보다야 뭐 재수삼수 하면서 해봤었지만 일단 적어도 근 3년간 강의 듣는걸 공부로 치지 않는다면 난 공부 안했다. 그래서 이 영역에 뛰어들고, (특히 데이터 분석쪽 간다고 아가리만 쳐털지 말고 코딩 공부, 파이썬, R 등 내가 상상만 하는 그 모든것들의 공부) 운동처럼 체계화 해서 숙제로 만들어서 나한테 던져줘야겠다. 뭐 파이썬 백준을 하던가, 사설 머신러닝 강의를 듣던가, 아 그리고 당장 이번 학기 코딩 과목 많으니까 학점부터 잘 따고. 뭐 아무튼 공부 쪽에서 숙제 없어서 못하겠다는 핑계 그만 대고 이제 진짜 숙제를 만들어서 줘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겸사겸사 내 생각 정리할 겸 블로그의 첫 글을 쓴다. 이 블로그가 내가 구글에 쳤을 때 나왔던 멋진 데이터 분석가들의 분석 블로그처럼 멋진 티스토리로 성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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